이봐요, 누가 흥분이라도 했나요? 뭘 진정하라는 거죠? 낮은 창턱에 걸터앉아 내 다리를 휘감고 있는 오련한 핑크 빛 드레스를 무릎까지 올려 뛰 어내릴 때 거추장스러울 천 쪼가리를 조금이나마 덜었다. 그리고 파랗게 질린 얼굴로 안절 부절못하고 있는 유모에게 안심하라는 듯이 희미하게 웃어주고 창턱에 발을 딛고 일어서 내 앞으로 점점 다가오는 여러 사람들을 위협하듯이 발 하나를 허공에 내딛었다. 그러자 더 이 상 앞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난감해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표정이 보 - 였다. 고개를 슬쩍 돌려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. 어둠이 깔려 뭐가 뭔지 보이지 않았지만, 어슴 푸레한 달빛을 받은 실루엣이 아련하게 다가왔다. 그리고 그게 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 방심한 틈을 타서 내 앞으로 달려들려는 사람들을 놀리듯 아래로 뛰어내렸다. "윽…." 젠장, 사람이었어. 외마디 신음소리를 내며 내 밑에 깔린 사람 덕분에 몸에 받은 충격이 덜했다. 이 정도면 기적적으로 성공한 것이다. 일단 몸을 일으키려는데 뭔가가 내 몸을 감쌌다. "놔." "말랐다…." 나의 낮게 깔린 중저음의 목소리보다 더욱 낮게 들리는 허스키한 남자 목소리였다. "놓으라고 했어." 경고하듯 다시 한 번 말했더니 그는 내 몸을 감싸고 있던 손을 들어 왼쪽 가슴 언저리에 올려놓는 것이었다. 순간 놀란 나는 온몸이 경직되어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. "살아있네." 부스타빗